말테의 수기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날쌘갈색여우 2006. 2. 20. 07:03


  며칠 전 공공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연체일이 10일이 넘었다는 것이다. 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공의 적"이란다.  일주일 반납 연기도 모자라 10일 연체까지 하게 만든 말테의 수기. 300쪽짜리 책을 억지로 200쪽까지 읽다가 반납하고 말았다. 이런 류의 책이 몇 권 있다. 읽다 읽다 포기하고 반납한 책들 말이다.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엘러건트 유니버스 - 브라이언 그린"가 일단 떠오른다. 장미의 이름은 나중에 다 읽긴 했지만 나머지 두권은 아직도 읽지 못했다.  방학이 막바지에 접어 들어서인지 책 내용 자체가 별로여서 였는지 잘 모르겠다.

  릴케 하면 문학 시간에 접한 "가을날"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시말이다. 또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서도 릴케가 나온다.

  저 책의 표지를 보기 전까지 릴케가 여류 시인인 줄 알았다. 얼마나 여성스러운 이름인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세계 문학은 대충 지나가는 느낌이 있다. 수능에 세계 문학이 안 나와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테의 수기는 내용이 왠지 모르게 뜬 구름 잡기 같다. 글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종이 위에 인쇄되어 있는 글자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억지로 200쪽을 읽었다는 게 바로 이걸 의미한다.

  희한한 점은 어떤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이 죽음에 이를때까지의 이야기가 쭉 나온다. 죽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갈 수록 난해해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부분이 그나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마음에 여유가 있는 어느 날 차분하게 다시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