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작가의 이름만으로 구입하게 된 책이다. 전작을 통해 그의 풍부한 상상력을 접해 보았기에 이번 작품에도 기대가 컸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우주선을 통해 지구를 탈출해 "마지막 희망"이 될 새로운 행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나비를 뜻하는 파피용은 바로 그 우주선의 형태이자 이름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들 자신이 우리도 모르는 다른 행성에서부터 탈출해 온 신인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가면 그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황폐화된 지구를 내팽겨쳐 버리고 <새로운 인류>를 재탄생시키려 했던 것이 과연 옳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가는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주선 속 <천국의 도시>에서 그들이 보였던 행동은 지나간 인류 역사의 재반복이었을 뿐이었다. 권력과 폭력, 신앙은 결코 인류와는 떼놓을 수 없는 어떤 한계와 같았다. 오히려 이런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주인공들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성이 난자의 역할을 하고, 운석에 뭍어있는 아미노산이 정자의 역할을 하게 되어 생명이 탄생한다는 비유는 새로웠다. 후반부에 가면 창조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것 같긴 하더라도.
현대판 <노아의 방주>와 같은 내용에서도 느껴지듯 모티브는 성경에서 가져왔지만 등장인물 이름 하나하나에 미친 작가의 세심한 상상력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PS 1. 중간에 등장하는 수수께끼가 번역을 통해 그 잔재미가 사라졌다는 점이 아쉽다.
PS 2. 등장인물 중에 "말로리"와 "바이스"가 있는데 자꾸만 "말로리-바이스 신드롬"이 떠올라 괴로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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