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의 다카포 - 호란

2008. 6.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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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난 그녀의 팬이다. 클래지콰이의 음반도 몇장 갖고 있고, 새벽 2~4시까지 진행하던 심야라디오까지 열렬히 챙겨들었을 정도니까. (가끔 그녀의 미니홈피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그녀가 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이런 팬의 마음으로 구입했다. 그게 3월말이었는데, 지금에서야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밖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표지의 사진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탓일까?

내용은 크게 서평과 음악이야기, 지인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서른권 남짓의 책 소개가 나오는데, 읽어보지도 않은 책의 서평을 읽는 것은 마치 영화의 스포일러를 읽는 기분이랄까..근데 정말 읽어본 책이 몇 권 없었다. 그녀가 다독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고 한 "폴 오스터"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으니, 취향의 차이라고 해야할 지 내 독서량이 적음을 탓해야 할 지.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음악 이야기. 잉거 마리의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이바디"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야기는 팬으로 흥미를 갖고 읽어 볼만 했다. 음악을 글로만 전하는 데서 오는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머리말에서 나오듯 강호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한다. 그 고수들의 책에 비견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팬으로서 그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더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니홈피에 있는 시로 채워진 시집도 한권 나오길 기대해 보면서, 소개된 책을 몇 권 읽어봐야 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읽고 싶어졌다.


Will you still love me tommorrow - Inger Ma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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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츠키, 은사자 얘기 알아?"
홍차에 럼주를 몇 방울 떨구면서 쇼코가 말했다.
"그거, 피하고 살이 어쩌구 하는 얘긴가."
쇼코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니, 라고 말한다. 아니, 전설이야.
"어어, 그래. 전설이야"
나는 안심하여 럼이 들어 있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럼 어디 얘기해 봐, 라고 나는 말했다. 어떤 얘긴데.
쇼코의 설명에 따르면, 몇십 년에 한 번, 온 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터라,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말이지." 라고 쇼코는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버린다나 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이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말투로, 쇼코는 그렇게 말했다.
추위와 더위 때문에 죽어가는 초식성 사자!?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쇼코가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무츠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라고 말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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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김훈

2008. 5. 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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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을 통해 그 마지막을 대충은 알고 있는 이야기.작가는 이 책은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하며, 등장 인물 또한 역사적 평가와는 거리를 둔다고 미리 일러둔다.

 병자년 겨울의 슬픈 역사를 토대로 했지만, 그 안의 소소한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어볼 만 했다. 바로 그런 것이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시험 기간이 겹친 바람에 대출한 지 한달이 지나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돌담 내지는 토굴이라 빗대어진 남한산성에서 주화와 주전, 그 둘 사이에서 갈등했을 인조 임금의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의 내용이 최명길의 주화와 김상헌의 주전 그 어느 한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고 담담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용골대의 이름이 반갑게 느껴지고, 김상헌보다 최명길의 이름이 더 익숙함을 보니, 역사는 선택받은 사람의 것인가 보다.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라 미려한 표지를 보지 못해 아쉬운 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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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경이라는 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지도 잘 몰랐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에 도서관 선반에 놓여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장편소설은 아니고, 6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소설집인데, 그 중 세번째 꼭지가 책의 표제작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이다. 틈틈히 읽는 걸 즐기는 터라 단편집이 반가웠다.

   표제작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와  <날씨와 생활>  그리고 <지도 중독> 이 마음에 남았다. 나머지 세 작품은 잘 읽히지 않은 느낌이다. 자꾸 작품의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주인공이 남성 화자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게다가, 첫번째 작품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이니셜로만 등장하는 것은 몰입을 더욱 힘들게 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어딘가 냉소적이고, 사회와 잘 융합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다이어트를 하는 30대 남자, <날씨와 생활>의 자신이 특별한 존재일 거라고 믿는 여자 중학생.

  기대했던 것만큼 속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진 않았지만, 짬짬히 읽는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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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구입한 여섯 권의 책 중에 하나다.

"티티새"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열아홉살 소녀 "츠구미"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츠구미"의 괴짜스러움이 도가 지나칠 정도여서 당황스러웠다. 약간은 두려울 정도다. 같은 작가는 아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에 등장하는 비정상적인 등장인물들의 느낌과 비슷했다.

배경이 되는 바닷가 마을의 여름은 내게 무척 익숙했다. 지금은 비록 이사했지만, 전에 살던 고향집에서는 베란다 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저녁이면 노을이 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파트 뒤로 나 있는 방둑에서 산책을 했던 추억도 있어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병으로 위태로운 생명을 이어가고 있던 주인공 "츠구미", 병 때문인지 혹은 천성인지, 까칠하고 괴팍한 성격을 갖고 있는 그녀. 하지만, "요코"와 "마리아" 그녀의 첫사랑 "쿄이치"는 그녀를 미워하거나, 나무라기 보다는 껴안으려 한다. 죽음과 늘 가까이 있었고, 겉으로 드러나는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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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새학기를 마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왠지 읽어두면 좋을 듯 싶었다. 내 삶의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더욱 좋을테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2년 전쯤에 읽었던 책이었다. :-( 아마 시험이 끝나고 휙휙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그다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나 보다.

여느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교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데이비드 폰더라는 40대 중반의 가장이 인생의 막다른 상황에서 갑자기 역사속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는 것을 플롯으로 삼고 있는데, 역사 속의 인물들에게서 하나씩의 메시지를 얻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트루먼, 솔로몬, 체임벌린, 콜럼버스, 안네 프랑크, 링컨, 가브리엘 이렇게 7명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지은이가 미국인이라 <남북전쟁> 등 공감이 그다지 가지 않는 소재가 등장한다는 점은 아쉬웠다. 

1.결단- 공은 여기서 멈춘다. 나는 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총체적인 책임을 진다.

2.지혜- 나는 지혜를 찾아나서겠다. 나는 남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

3.행동- 나는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순간을 잡는다. 지금을 선택한다.

4.운명-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 나에게는 단호한 의지가 있다.

5.선택-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6.용서- 나는 매일 용서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맞이하겠다.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겠다.

7.믿음-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겠다. 나에겐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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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읽으려고 사 둔 책을 이제서야 펼쳐 보았다. 책 읽는 것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이나 영화 보기가 더 익숙하다. 작년에 읽은 책을 세어보았더니 열 권 남짓이었다. 며칠 안남은 방학이지만 이제라도 책을 가까이 해보려 한다.
 
책의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작가의 이름만으로 구입하게 된 책이다. 전작을 통해 그의 풍부한 상상력을 접해 보았기에 이번 작품에도 기대가 컸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우주선을 통해 지구를 탈출해 "마지막 희망"이 될 새로운 행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나비를 뜻하는 파피용은 바로 그 우주선의 형태이자 이름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들 자신이 우리도 모르는 다른 행성에서부터 탈출해 온 신인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가면 그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황폐화된 지구를 내팽겨쳐 버리고 <새로운 인류>를 재탄생시키려 했던 것이 과연 옳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가는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주선 속 <천국의 도시>에서 그들이 보였던 행동은 지나간 인류 역사의 재반복이었을 뿐이었다. 권력과 폭력, 신앙은 결코 인류와는 떼놓을 수 없는 어떤 한계와 같았다. 오히려 이런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주인공들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성이 난자의 역할을 하고, 운석에 뭍어있는 아미노산이 정자의 역할을 하게 되어 생명이 탄생한다는 비유는 새로웠다. 후반부에 가면 창조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것 같긴 하더라도.
 
현대판 <노아의 방주>와 같은 내용에서도 느껴지듯 모티브는 성경에서 가져왔지만 등장인물 이름 하나하나에 미친 작가의 세심한 상상력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PS 1. 중간에 등장하는 수수께끼가 번역을 통해 그 잔재미가 사라졌다는 점이 아쉽다.
PS 2. 등장인물 중에 "말로리"와 "바이스"가 있는데 자꾸만 "말로리-바이스 신드롬"이 떠올라 괴로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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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하루였죠.
이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언제든 어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어제는 조금 전이지만
내일은 영원히 혼을 뻗칠 수 없는 저편에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 츠지 히토나리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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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사람도 나무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죽음 같은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깨어나
연둣빛 새 이파리와 분홍빛 꽃들을 피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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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흥미롭다. 남자는 왜 여자의 왼쪽에서 걸을까?
"남자가 차도 쪽으로 걸어야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잖아~"라는 카피의 캔커피 광고도 있지 않았던가.. 차도는 거의 왼쪽에 있구..
 
저자가 말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두 남녀가 사랑이 아닌 "사랑 증후군"에 빠져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도대체 생소한 단어 "사랑 증후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채우고 있다.
 
"사랑증후군"이란 헤어질 것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진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에 감염된 사람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행동을 바꾸면서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 변화된 행동 중에 하나가 남자는 여자의 왼쪽에, 여자는 남자의 오른쪽에서 걷게 된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결핍된 자신의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완성될 수 없음을 암시해 온 집단무의식 또한 사랑 증후군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렇다면 사랑 증후군에서 벗어나 자신과 상대 사이에 성공적인 사랑의 만남, 저자의 표현대로는 "보기 드문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어느 누구도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2) 커플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도록 주의하자.
3)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것처럼 상대를 대하자.
4) 내게 일어난 일은 상대의 책임이 아니다.
5)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적 커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6)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7) 차이를 부정하지 말고 유사성을 더 강화하자.
Posted by 날쌘갈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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